오후 두 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요.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입니다. 명의가 도용된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습니다.” 목소리는 사무적이고 사건번호까지 불러줘요. 놀란 마음에 일단 끊고, 포털에서 검찰청 대표번호를 찾아 직접 걸어 확인해요. 그런데 같은 안내가 나와요. 그래서 믿게 돼요.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사기 수법이에요. 문자 링크나 “보안 점검”을 빌미로 휴대폰에 악성 앱을 먼저 심고, 그 전화기의 발신을 통째로 가로채요. 피해자가 확인 삼아 거는 전화까지 자기들이 받도록, 정부 기관의 진짜 번호 수십 개를 목록으로 만들어 둔 조직이 실제로 적발됐어요. “끊고 다시 걸어보라”던 예전 상식이 더는 안전하지 않은 이유예요.
경찰청 집계로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 원을 넘었고, 열에 여덟이 검찰·경찰·금융감독원을 사칭하는 기관 사칭형이었어요.
달라진 원칙과 여전한 원칙
- 확인 전화는 다른 전화기로. 의심스러운 전화는 같은 휴대폰 말고 집전화나 가족의 전화기로 확인해요. 악성 앱이 있어도 다른 기기까지는 가로채지 못하거든요.
- 수사기관과 금융기관은 전화로 돈을 옮기라거나 앱을 설치하라고 하지 않아요. 이 요구가 나오면 그 자체로 사기예요.
- “엄마, 폰이 고장 나서 임시 번호야”로 시작하는 문자는 원래 번호로 걸어 확인하되, 역시 다른 전화기로 걸어요.
- 부고장·택배·건강검진을 가장한 문자 속 링크는 누르지 않아요.
가족끼리 미리 정해둘 것
수칙은 당하는 순간에 잘 떠오르지 않아요. 평소에 정해둔 약속이 그 자리를 대신해요. 가족만 아는 확인 질문 하나를 정하고(손주 이름, 지난 명절에 같이 먹은 것), “돈 이야기가 나오면 무조건 끊고 가족에게 먼저 건다”는 규칙을 세워 두세요. 이 두 가지 약속이면 사기 전화 대부분을 걸려들기 전에 끊을 수 있어요. 온봄이 늘 같은 번호 하나로만 전화를 걸고 첫 통화 전에 문자로 미리 알리는 것도 같은 원칙이고요.
당했다 싶으면 그 즉시 경찰 112, 금융감독원 1332예요. 지급정지가 몇 분 빠르냐에 따라 회수 가능성이 갈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