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0만원까지 써 보고 만든 영어 회화 가격표

받아영 · 2026년 8월 12일 · 5분 읽기

계산기와 가격표가 놓인 책상 정물

영어 회화 서비스 가격은 폭이 커요. 한 달에 2만원짜리가 있고 20만원짜리가 있어요. 같은 영어 회화인데 열 배 차이가 나요. 어디서 갈라지는지 원가 쪽에서 뜯어 볼게요. 저희가 가격을 정하면서 실제로 계산했던 숫자들이에요.

선생님과 하는 수업

사람과 하는 수업이라고 다 같은 가격은 아니에요. 한국 전화영어 업체는 대개 필리핀이나 남아공 선생님을 쓰고 주 3회 25분에 월 15~20만원쯤 받아요. 수업이 25분 단위로 짧은 이유도 여기서 나와요.

원어민 선생님을 직접 고르는 플랫폼은 계산이 달라요. 선생님이 시간당 요율을 정하는데, 자격을 갖춘 원어민은 시간당 2만원에서 5만원 사이예요. 한 회차는 보통 25분이나 50분이라, 주 2회 50분씩이면 한 달에 예닐곱 시간쯤이에요. 13만원에서 33만원이 나오고, 주 3회로 올리면 40만원을 넘어요. 20만원은 시작점이지 상한이 아니에요.

어느 쪽이든 이 비용의 대부분은 선생님이 나에게 쓴 시간에 대한 것이에요. 그리고 그 시간에는 사람만 줄 수 있는 게 있어요. 진짜로 웃어 주는 반응, 그 나라에 실제로 사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요.

저도 둘 다 해 봤어요. 처음엔 동남아 선생님과 하는 전화영어를 몇 달 했어요. 값이 비교적 저렴하고 매일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발음이 걸려서 그만뒀어요.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쓰는 영어랑 제가 매일 듣는 영어가 좀 달랐거든요.

그다음에 원어민 선생님으로 바꿨어요. 한 달에 40만원쯤 내면서 1년 가까이 꾸준히 대화했는데, 제 영어가 제일 많이 는 게 그때였어요. 부담이 큰 금액이었지만 그만큼은 했다고 생각해요.

AI 앱: 월 만원에서 3만원

선생님이 빠지면 그 시간에 대한 비용이 통째로 사라지고 서버 비용만 남아요. 음성 인식과 대화 모델 비용이 통화한 만큼 들긴 하는데 자릿수가 달라요.

싸다고 형편없는 건 아니에요. 요즘 모델은 정해진 상황을 벗어나 딴 얘기로 새도 받아 주고, 나눈 대화에서 표현을 뽑아 복습까지 시켜 줘요.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서 틀려도 안 부끄럽다는 것도 생각보다 커요. 저도 몇 개 써 봤는데 대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표시된 가격이 진짜가 아니에요

여기까지가 원가 얘기고, 막상 결제할 때 보는 숫자는 또 달라요.

영어 회화 앱 가격표를 여러 개 모아 보면 패턴이 보여요. 정가 30만원대의 연간권, 그 옆에 붙은 70% 안팎의 상시 할인, 월 환산 만원 미만이라는 문구.

실제로 본 것 하나를 적을게요. 어떤 AI 전화영어 앱의 인앱 결제 목록에 연간권이 129,000원으로 올라와 있고, 그 아래 “72% 할인 연간권”이 또 있는데 그것도 129,000원이에요. 할인가와 정가가 같은 금액이면 그 정가는 아무한테도 판 적이 없는 가격이에요.

상시로 70%를 깎아 줄 수 있으면 그게 정가일까요.

그만두는 사람이 그 할인을 메워요

답은 구독 사업의 회계에 있어요. 회사가 열두 달 치를 미리 받았는데 이용자가 석 달 만에 조용히 그만두면, 회사는 남은 아홉 달 치를 아무 비용 없이 가져가요. 크게 깎아 줄 수 있는 회사는 그렇게 그만두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이미 계산해 둔 회사예요.

진짜 문제는 값이 아니라 동기의 방향이에요

이용자가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회사는 그 사람이 이번 달에 안 쓰면 다음 달 돈을 잃어요. 그래서 이런 회사는 매일 쓰게 만드는 데 사활을 걸어요.

이용자가 그만둬도 이미 받은 돈이 그대로 남는 회사는 거꾸로예요. 결제가 끝난 순간부터, 심하게 말하면 그 사람이 조용히 안 쓰는 쪽이 회사에 이익이에요. 이런 회사에서 리마인드가 뜸해지고 첫 달의 열정적인 온보딩이 두 번 다시 안 와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래서 뭘 보고 고르나

월 가격 말고 말한 시간당 가격으로 나눠 보세요. 한 달에 내가 실제로 영어를 입 밖으로 낸 시간이 분모예요.

학원 20만원에 한 달 발화 2시간이면 시간당 10만원이에요. 안 열게 되는 앱은 분모가 0으로 수렴해서 2만원짜리가 무한대가 되고요. 제일 싼 게 제일 비싸지는 게 이 계산에서 드러나요.

결제하기 전에 하나만 확인해 보세요. 내가 안 쓰게 되면 그 회사가 손해를 보나. 손해를 본다면 그 회사는 나를 계속 쓰게 만들려고 애써요. 손해가 없다면 애쓸 이유도 없고요.

저희 가격

주 2회 32,900원, 주 3회 44,900원, 매일 통화하는 플랜이 64,900원이에요.

저희에게는 앱에 없는 원가가 하나 더 있어요. 통신망으로 실제 전화를 거니까 통신사에 내는 회선 사용료가 붙어요. 무선 통화 기준으로 분당 백원 안팎이고, 하루 20분씩 걸면 통화료만으로도 꽤 쌓여요.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에요.

지속성의 비용

앱으로 만들었다면 저희가 안 써도 되는 비용이에요. 그런데도 실제 전화망으로 서비스하기로 한 건, 저희가 팔고자 하는 게 결국 지속성과 품질이라서예요.

전화가 온다는 건 사소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안 그래요. 운전 중이든 산책 중이든 벨이 울리면 자연스럽게 꺼내서 받게 돼요. 생각하고 받는 게 아니라 반사적으로 받아요. 앱 푸시는 그렇지 않아요. 딴짓하다가 뜬 알림은 그냥 넘기게 되고, 몇 번 넘기고 나면 눈에도 안 들어와요. 같은 시각에 온 신호인데 하나는 받게 되고 하나는 안 받게 돼요.

품질도 그래요. 메신저로 통화하다가 전화로 바꾸면 소리가 다르다는 걸 느껴 보셨을 거예요. 앱을 통해서 하는 통화는 데이터가 느려지면 같이 느려지는데, 전화는 통신사 음성망으로 오거든요. 통신사가 그 망만 따로 품질을 보장하고 일반 데이터와 분리해서 날라요. 그래서 지하주차장에서도, 비가 심하게 내려서 데이터가 느린 날에도 통화는 그냥 돼요. 아이 키즈폰이나 폴더폰으로도 걸리고요.

저도 앱이든 화상이든 여러 개 해 봤는데, 전화가 줬던 경험이 그중에 제일 컸어요. 화상도 아니고 그냥 전화요. 마진이 극단적으로 낮아진다는 걸 알면서도 이 구조로 결정한 이유가 그거예요.

말이 길었네요
3분이면 아실 텐데

가입도 카드도 없이, 전화 한 통입니다.